결혼을 하면서 혼자 지낼 때 쓰던 물건을 대부분 정리했다. 대신 아내와 함께 쓸 물건들을 구입했다. 나 혼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함께 무언가를 구입한다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전까지는 내가 필요하면 사고, 필요하지 않으면 사지 않았다. 또한, 내가 원하는 바를 고민해 그에 맞는 물건을 구매하면 됐다. 물건을 구매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내게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행동이었다. 그렇게 산 물건은 몇 년이고 사용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닌 둘이 함께 물건을 구입하다 보니 잦은 마찰이 생겼다. 서로의 취향도 달랐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달랐고,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도 달랐다. 나는 가성비가 좋은 물건을 구매하는 편이다. 디자인과 통일감도 중요하지만 내게 더 중요한 것은 가성비였다. 가격대..
평일 저녁 8시면 어김없이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다. 8시부터 9시까지는 역사를 공부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공부 방법은 다양하다. 역사 관련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고, 글을 찾아 읽기도 하고, 때로는 역사책을 읽으며 역사 공부를 하고 있다. 학창시절 공부를 안 한 탓에 한국사에 취약한 상태라 오래전부터 역사 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결심을 하고, 시간을 내서 역사 공부를 시작했다. 역사 공부를 하기로 결정한 지 한 달은 되었을까. 다시 역사 공부를 뒤로 미루기로 했다. 매번 미뤘는데 왜 또 미루는 걸까? 이왕 시작한 거 끝장을 본다면 분명 역사 공부는 내게 큰 의미로 남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돈'이다. 현재 우리 가족은 나와 아내 둘. 하지만 ..
매일 저녁 일기를 쓰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다. 주말은 놀다 보면 안 쓰고 자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평일에는 꼭 일기를 쓰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런데 아직도 습관이 되지 않았는지 5~10분 정도만 투자하면 쓸 수 있는데도 귀찮아서 쓰기 싫을 때가 많다. 얼마 전 '노트'와 관련된 책을 보면서 일기 쓰기를 더 재미있게 만들어줄 힌트를 찾았다. 그것은 바로 '일상을 붙이는 것'이었다. 일상을 붙이는 것이라니 무슨 말일까? 어릴 때는 일기를 쓰면 글과 함께 그림을 그리곤 한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어릴 때 쓴 일기임에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성인이 되며 쓰는 일기는 대개 글자밖에 없다. 머리가 굳어져서인지 일기에는 새로운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나 역시 그래서 일기를 글로만 쓰고..
요즘 잦은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두통의 느낌은 감기나 몸살에 걸리기 직전에 느끼던 두통이다. 감기나 몸살 때문일까싶어 잠을 푹잤다. 하지만 두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심하진 않지만 두통이 있으니 신경이 쓰이고 집중력이 떨어졌다. 게다가 평소와 달리 자꾸 잠이 오고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어졌다. 두통을 느낄 일도 거의 없지만, 간혹 이런 두통을 느낄 때면 하룻밤만 잘 자도 두통이 깨끗이 사라졌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아내도 나와 같은 두통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둘 다 감기에 걸린 건 아닐테고, 생활패턴에는 변화가 없었다. 아니다, 딱 하나 변한 게 있었다. 요즘 종종 머리가 아프다는 얘기를 아내에게 했더니 아내는 이런 말을 했다. '혹시 커피를 끊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
아침을 먹고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한 잔.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기 전에 한잔. 이렇게 매일 습관처럼 마시던 커피와 이별했다. 내가 이렇게 매일 커피를 마시게 된 계기는 도서관을 다니면서부터였다.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직장을 그만뒀다. 그후로 매일 도서관에 나가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가끔은 글도 쓰며.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6시가 되기 전 조조할인을 받으며 지하철에 올랐다. 도서관에 도착하면 자리를 잡고 다시 도서관 밖으로 나와 자판기 앞으로 갔다. 100원짜리 동전을 두 개 넣으면 믹스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었다. 그렇게 아침마다 커피 한 잔으로 일과를 시작했다. 오전 동안 열심히 책을 읽고, 글을 쓰면 금세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대학교에 있는 도서관에 다녔기에 점심은 대학교 안에 있는 학생식당에서..
가사분담을 다시 정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내가 매일 삼시세끼의 식사를 준비하고, 아내가 청소와 빨래 등의 집안일을 했다. 요리는 내가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기도 했고, 집안일은 무조건 아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내가 식사 준비를 하겠다 했다. 아내도 좋다고 해서 요리를 뺀 나머지 집안일을 아내가 하기로 했다. 요리만 내가 하면 되기에 할 일이 별로 없어 보이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는 삼시세끼를 모두 집에서 먹기 때문에 매번 식사준비를 하려면 꽤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귀찮을 때도 있었지만 내가 하기로 한 일이니 당연하게 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 아내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여보, 밥 하는 거 힘들지 않아요? 밥을 내가 하는 게 어떨까?' 처음에는 신..
2018년 5월 17일 저녁 11시, 우리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서울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버스를 타고 일산으로 돌아왔다. 버스에서 내려 횡단보도 앞에 섰다. 횡단보도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자 아내와 나는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그때였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우리를 향해 SUV 차량 한 대가 신호를 무시하고 돌진했다. 비가 와 우산을 쓰고 있어 차가 그대로 우리를 향해 직진하는 걸 보지 못했고, 피곤한 상태라 재빠르게 반응할 수 없었다. 내가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는 순간 이미 차량은 아내에게 다가와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인지 차량은 아내와 충돌 직전 핸들을 틀었고, 아내는 차량의 옆면에 부딪히고 몸이 돌아가며 넘어졌다. 교..
요즘 아침마다 TED 영상을 한 편씩 보고 있다. 영어를 많이 들어야 빨리 익숙해진다는 말 때문에 영어 공부를 위해 매일 아침마다 TED 영상 한 편을 보고 일과를 시작한다. TED 영상을 보기 전에는 책을 읽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침에 일어나기가 귀찮아졌다. 피곤해서였을까? TED 영상을 보기 전에도 정말 피곤한 날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고 잠을 좀 더 잤다. 그래야 피로가 풀려 하루 일과를 잘 처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곤하지 않은 날도 일어나기가 귀찮았다. 그렇다면 TED 영상 때문이었을까? 요즘 제시간에 일어나지 않는 날이 종종 있다. 아침에 꼭 TED 영상을 보고 일과를 시작해야 할까? 먼저, 내가 아침에 TED 영상을 보기로 한 이유는 영어 공부를 위해서다. 영어로 ..
유튜브 공부 시간을 변경했다. 기존에는 오후 1시에 일과를 다시 시작해서 30분간 책을 읽었다. 그다음 1시 반부터 2시까지 유튜브 아카데미 영상들을 통해 유튜브와 영상에 관해 공부했다. 이미 기본적인 내용은 다 알고 있지만 기초를 탄탄히 하기 위해 초보자들이 보는 교육영상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하루 30분은 너무 짧았다. 진도가 나가고는 있었지만 너무 더디게 나갔다. 그리고 매일 30분이라도 꾸준히 공부하고 있음에도 왠지 공부하는 것 같지 않았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하고 싶었지만 우선순위가 높은 일을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했으므로 추가 시간을 내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우선순위가 높은 유튜브 영상 제작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싶었다. 결국 평일 오후에 하던 유튜브 공부 일과를 휴식주..
"도서관에 사는 남자 님, 추운데 잘 지내시죠?" 오랜만에 S에게서 연락이 왔다. "잘 지내지, 일은 좀 어때?" "관뒀어." "요즘엔 뭐하고 살아?" "그게 고민이야, 어떻게 하면 즐기며 살 수 있을까." "오랜만에 얼굴이나 한번 볼까?" "좋지." 하고 싶은 일 "잘 지냈어?" 어느 날 오후 카페에서 S를 만났다. 자주는 아니지만 꾸준히 만나는 사이라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어색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랜만이라며 커피는 자기가 사겠다고 했다. 아직도 이렇게 여기저기서 신세를 지고 다닌다. 잘 지내냐는 나의 인사에 그녀는 환한 표정으로 답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두움이 느껴졌다. 무언가 고민이 많은듯했다. 꼬치꼬치 캐묻는 성격은 아니라 S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때까지 기다려줬다. S는 조금씩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