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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분담을 다시 정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내가 매일 삼시세끼의 식사를 준비하고, 아내가 청소와 빨래 등의 집안일을 했다. 요리는 내가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기도 했고, 집안일은 무조건 아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내가 식사 준비를 하겠다 했다.
아내도 좋다고 해서 요리를 뺀 나머지 집안일을 아내가 하기로 했다.
요리만 내가 하면 되기에 할 일이 별로 없어 보이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는 삼시세끼를 모두 집에서 먹기 때문에 매번 식사준비를 하려면 꽤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귀찮을 때도 있었지만 내가 하기로 한 일이니 당연하게 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 아내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여보, 밥 하는 거 힘들지 않아요? 밥을 내가 하는 게 어떨까?'
처음에는 신경써준다는 생각에 고마웠다. 하지만 당연히 내가 밥을 하기로 했으니 내가 하겠다며 괜찮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아내는 자신이 왜 그런 말을 꺼내게 되었는지 자신의 생각을 들려줬다.
'여보가 선뜻 나서서 식사 담당을 하겠다고 했을 때 정말 고마웠어요. 이제는 식사 준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겠구나 싶었죠. 그런데 일에 집중하다 매번 식사시간에 맞춰 나와서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보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내가 돈을 더 많이 벌고 있지만, 생각해보니 나는 내 일을 잘해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사랑스러운 아내, 따뜻한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요. 하지만 여보는 아니잖아요. 여보는 여보가 하는 일로 더 성공하고 싶고, 결국엔 여보가 돈을 많이 벌기를 원하는데 차라리 지금 조금 힘들더라도 집안일은 내가 하고 여보는 여보 일에 더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아내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고맙기도 했지만 '과연 그래도 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결혼하면 다른 사람들처럼 아내에게 '집사람'이라 부르고, 아내는 집에서 집안일만 하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내 아내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나처럼 열심히 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내는 그런 것에 욕심이 없었다.
아내는 정말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그녀의 말이 진심이라면 그녀에게 일을 더 맡기더라도 나는 내 일에 더 집중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지금은 많은 돈을 벌지 못하지만, 결국 아내가 임신을 하고 육아를 하게 될 때면 내가 많은 돈을 벌어야 우리 가정이 유지될 수 있을 터였다.
그러자면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했다.
결국 아내의 권유로 나는 요리에서 손을 뗐다. 주방을 떠나 작업실에 머무는 시간이 조금 더 길어졌다.
솔직히 마음이 편했다. 요리는 내가 좋아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짐이 되기도 했던 것이다. 식사 준비에서 손을 떼고 나니 내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고, 쉬는 시간이 조금 더 생겼다. 덕분에 일의 효율이 높아졌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았기에 아무런 문제 없이 의견을 조율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집안일의 대부분은 아내가 가져가게 됐다. 걸레를 빨거나, 힘을 써야 하는 일은 내가 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은 아내 손을 거치고 있다.
부부란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상대방을 응원해주는 관계가 아닌가 싶다.
아내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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