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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벌써 한 겨울이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어제는 저녁에 눈이나 비가 올 수도 있다고 하더니 잠깐동안 폭설이 내렸다. 밖에 눈이 많이 온다는 짝꿍의 카톡에 커튼을 열고 베란다로 나갔다. 창밖은 마치 스노우볼을 흔들어 놓은 듯이 눈이 날리고 있었다.


 나갈 일이 없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외출한 짝꿍이 걱정됐다. 하늘이 흐리면 우산을 가지고 나가라고 했더니 괜찮을 것 같다며 신나게 나가버린 짝꿍이었다.


 날리는 눈발을 보니 짝꿍이 패딩을 가지고 싶어하던 때가 떠올랐다. 


 얼마 전이었다.





# 롱패딩


 "자기, 이 롱패딩 괜찮지 않아요?"


 날씨가 추워지면서 그녀는 자꾸만 내게 롱패딩 이야기를 꺼냈다. 이미 패딩이 있음에도 겨울이 가까워오니 롱패딩이 가지고 싶었나보다. 


 "응, 괜찮네요."


 그녀가 보여준 패딩은 가격도 비싸지 않았고 익숙한 브랜드인 만큼 상품은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생활비로 사야할 물건이라면 오랫동안 찾아보고 비교한 다음에야 내게 말을 꺼내는 그녀였다. 사실 가격이 괜찮기는 했지만 우리의 현재 생활비로는 조금 무리일 수도 있었다. 아직은 우리 수입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갑자기 큰 돈을 쓰면 생활비 흐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대답은 '괜찮네요'라고 했지만 속내는 '생각을 좀 해봐야할 것 같아요'였다. 


 나는 꼭 필요한 물건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꼭 필요한 물건이라면 큰 돈을 들여서라도 사고 만다. 물론 필요한 물건이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도 적어도 하루 이틀은 결정을 미룬다. 간혹 없어도 되는 물건인데 사고 싶어서 필요한 물건이라 합리화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루 이틀 정도라도 결정을 미뤄두면 진짜 필요한 물건만 사게 된다.


 이번 결정 역시 며칠 미루기로 했다. 하지만 그녀는 중간중간 찾아본 롱패딩을 내게 보여줬다. 


 '아 정말 패딩이 사고 싶은가보구나.'


 꼭 필요해보이는 그녀였기에 생활비에서 돈을 떼어 그녀의 패딩을 구매하기로 했다.





# 패딩을 구매하다



 결국 그녀가 원하는 롱패딩을 구매하기로 했다.


 제품은 유니클로에서 파는 롱패딩이었다. 롱패딩의 종류는 몇 가지가 있었지만 그녀가 원하는 제품은 디자인이 심플하면서도 저렴한 롱패딩이었다. 처음에는 여자용 롱패딩을 입어보더니 이내 사이즈가 제일 작은 남자용 롱패딩을 입어보았다. 맨투맨이나 패딩 같은 옷은 사이즈가 제일 작은 남자옷을 입는 그녀였다. 남자옷이 더 편하고 디자인도 심플하다며.


 그렇게 20만 원 정도 하는 롱패딩을 구매했다. 이 정도 가격이면 패딩치고 비싼편은 아니었다. 비싼 건 100만 원을 훌쩍 널길 정도니 그녀가 찜한 패딩은 우리가 구매하기에 적당했다. 그렇게나 비싼 패딩이 가격만큼의 값어치는 하는지 궁금했다.


 패딩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그녀의 발걸음은 정말 가벼워 보였다. '저리도 사고 싶었을까' 싶으면서도 필요한 물건을 선뜻 사주지 못하는 내 능력이 아쉬웠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그녀는 바로 패딩을 입고 거울앞으로 달려갔다. 그 사이 나는 그녀의 옛 패딩을 치우려 집어 들었다.


 '이렇게 무거웠었나?'


 예전에는 두꺼운 패딩이니 원래 무겁겠거니 했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가벼운 패딩을 들어보고 그녀의 전에 입던 패딩을 들어보니 무게가 확실히 다르게 느껴졌다. 그동안 이런 무거운 패딩을 입고 다녔으니 패딩이 그리 사고 싶을만도 했겠다. 이 능력 없고 눈치 없는 남편 때문에 짝꿍이 고생이 많다.


 또 한 번 다짐을 했다. 열심히 살자고. 사치스럽지는 않더라도 짝꿍이 필요한 걸 선뜻 사줄 수 있는 남자가 되자고. 다음번 패딩을 구매할 때는 생활비가 아니라 내 돈으로 좋은 걸 사주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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