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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처음으로 함께 맞이하는 짝꿍의 생일이다.


 포스팅은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올린다. '부부란 무엇인가'라는 카테고리를 미리 만들어두고 이제서야 첫 글을 올리게 됐다. 평소에 쓰는 글들이 많다보니 글을 쓰려고 만들어놓은 모든 카테고리에 매일 글을 쓰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결혼 후 처음으로 함께 맞이하는 생일, 나에게도 감회가 남다르지만 그녀에게는 얼마나 색다른 감정으로 느껴질까?


 대단한 하루는 아니지만 특별한 하루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나만의 방식으로 그녀의 생일을 축하해주기로 했다.




# 생일선물


 생일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생일선물이다. 


 생일은 특별한 날이기에 평소와는 다른 특별한 선물을 기대하게 된다. 평소에 아무런 선물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생일선물로 손편지만 써주더라도 상대방에게는 특별한 선물이 될 수 있다. 선물과 행복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똑같은 선물이라도 받는 사람에 따라 선물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나는 짝꿍에게 대단한 선물을 해본 적이 없다.


 비싼 가방을 사줘본 적도, 고급 레스토랑에 데려가본 적도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단한 선물이라고 하면 '비싼' 선물이나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선물을 떠올린다. 선물을 받았을 때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정도의 선물이라야 대단한 선물이며 상대방이 나를 그만큼 사랑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하나의 징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대단한 선물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못된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며 권력이나 명예가 뛰어난 것도 아니다. 물론 돈도 많고 명예가 높더라도 그녀에게 이런 대단한 선물은 하지 않았을 거다. 난 그런 선물이 대단한 선물이라고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핑계처럼 들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만의 조촐하면서도 의미있는 선물을 하기로 했다.




# 상대방을 위한 선물


 부부로서 한집에 살면서 하루 종일 같은 곳에서 시간을 보내다보니 몰래 선물을 살 기회가 쉬이 오지 않았다.


 외출을 할 일이 있을 때도 무슨 약속인지, 무슨 일인지 다 설명해야 했기 때문에 선물을 사러 간다고 나갈 수는 없었다. 물론 거짓말을 해서 속일 수는 있겠지만 어차피 선물을 가지고 들어오면 들통날 것이 뻔했다.


 그래서 선물은 그녀가 일하러 나가는 시간에 사러 가기로 했다. 


 첫 번째 선물은 편지였다. 생일이 되기 전날 저녁에 작업실로 들어와 편지를 썼다. 예전에는 손편지도 종종 써줬지만 최근에는 매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손편지를 쓸 일도, 시간도, 기회도 없었다. 그래서 첫 번째 생일 선물로 손편지를 쓰기로 했다. 대단한 선물은 아니지만 손편지는 정성이 들어가야 하고, 마음이 들어가야 했다. 그만큼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감동적이고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선물이었다.


 처음에 써줬던 편지처럼 노란색 편지지에 손으로 편지를 써 노란색 봉투에 넣었다. 다음날 아침에 아침상을 차려주며 짝꿍에게 건네기로 했다.


 두 번째 선물은 아침 생일상이었다. 평소에도 식사 준비를 내가 하기는 하지만 생일날 아침상만큼은 특별히 짝꿍이 좋아하는 미역국과 돈까스를 정성껏 준비했다. 엄청나게 대단한 밥상은 아니었지만 양껏 쏟은 정성을 그녀는 눈치를 챘을 것이다.


 세 번째 선물은 블랭킷이었다. 담요라고 한다. 그녀가 전에 내게 담요를 사준 적이 있다. 겨울에 일할 때 따뜻하게 걸치고 일하라며 사준 선물이었다. 그래서 집에는 내 담요만 있었다. 이번 생일선물로 그녀에게 내 것과 비슷한 담요를 사주면 좋겠다 싶었다.


 그녀가 일을 하러 나가자마자 바로 백화점에 있는 유니클로로 향했다. 담요를 찾아봤더니 내 것과 똑같은 것은 없었다. 흰색과 회색이 조합된 담요가 있었고, 갈색, 초록색 등의 담요가 있었다. 심플한 걸 좋아하는 짝꿍의 취향에 맞춰 흰색계열의 담요를 선택했다.


 집으로 가지고 돌아와 밤에 그녀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건넸다. 선물이 또 있냐며 행복해하던 그녀의 웃음을 잊을 수가 없다. 









 생일선물이든 크리스마스 선물이든 상대방을 위한 진짜 선물은 이런 것이 아닐까. 그저 좋은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감동을 주면서도 필요로 하던 것, 상대방을 위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선물이 진정으로 가치있는 선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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