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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집에 있는 남자다.


 물론 짝꿍이 돈을 벌어오고 나는 집안에서 집안일만 하며 노는 건 아니다. 짝꿍은 나가서 돈을 벌어오지만 나는 집안에서 돈을 벌어온다. 아직 내 수입이 많지는 않지만.


 방이 두 개인 집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짝꿍의 배려로 큰 방은 침실로 사용하고, 작은 방은 내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다. 원래는 매일 아침 일찍 도서관에 출근하듯 나가서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일을 하고 공부도 했다. 하지만 결혼을 하면서 집안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집에서도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짝꿍이 원하는 바였다.


 그러다 보니 내가 방에서 작업을 하고 있으면 종종 청소기를 돌리는 소리나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나가서 도와주려 하면 괜찮다고 들어가서 할 일 하라고 하곤 했다. 하지만 막상 짝꿍이 집안일하는데 작업실에서 일이나 공부만 하고 있기가 불편하기도 했다.





# 요리는 내가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짝꿍은 수술을 했다. 


 수술 후 퇴원을 하고 나서도 2주 정도는 집안일처럼 가벼운 일도 할 수 없었다. 물론 병원에서 퇴원할 때 당부를 했기에 내가 아무 일도 시키지 않은 것도 있다. 


 모든 집안일은 온전히 나의 몫이었다. 식사 준비부터 설겆이, 청소, 빨래, 분리수거 등 모든 집안일은 내가 해야 했다. 게다가 내 일도 해야만 했다. 둘 다 쉬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참 할 일이 많았다. 혼자 살 때 하던 집안일보다 훨씬 할 일이 많았다.


 하지만 불평 한 번 하지 않았다. 수술은 둘이 함께 선택한 일이었고, 짝꿍이 집안일을 하지 못하게 막은 것도 나였고, 엄청나게 힘든 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래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식사 준비도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그만큼 내 작업을 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문제가 있기는 했다.


 시간이 흐르고 퇴원한지 2주가 지났다. 짝꿍은 슬슬 집안일을 시작했다. 혼자 집안일 하는 내가 안쓰러웠나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내가 하던 집안일을 짝꿍이 하나둘 가져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다 짝꿍에게 넘겨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내가 해야 할 집안일이 줄어들고 있었다. 내심 '이제 내 작업에 더 집중할 수 있겠구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집안일을 짝꿍에게 넘길 수는 없었다. 여자라고 집안일을 도맡아 해야하는 법은 없었다. 그래서 집안일 중에 내가 계속 할만한 게 없을까 고민했다. 요리였다.


 요리는 내가 좋아하기도 했다. 물론 우리 부부는 집에서 삼시세끼를 모두 챙겨먹기 때문에 식사 준비에 손이 꽤 많이간다. 반찬을 사다놔도 금세 다 먹고, 찌개를 한솥 끓여놔도 이틀이면 다 먹기 때문이었다. 식사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만 다 합쳐도 최소한 매일 블로그에 글 하나를 더 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았다. 내가 집안일을 도맡아 하면서 요리를 할 때 '그렇게 힘들었나?'를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내 대답은 '그렇지 않다'였다. 식사 시간만 되면 자연스럽게 내가 주방에 들어가서 요리를 하는 행동이 습관이 되고 보니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일하는 시간을 조금 줄이고 짝꿍에게 맛있는 식사를 차려주는 순간을 행복이라 생각하니 앞으로도 쭉 요리 정도는 내가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요리에 관심도 있었고 말이다.


 그렇게 주방은 나의 차지가 되었다. 물론 커피나 차를 준비하거나, 과일을 깎거나, 종종 설겆이 정도는 짝꿍이 해주고 있다. 이렇게 우리는 자연스레 가사분담을 하게 되었다.













# 짝꿍의 집안일


 내가 주방을 맡으면서 짝꿍은 주방에서 손을 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집안일은 주방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외에도 청소나 빨래, 정리 등 집안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내가 다 하고, 그 다음에는 요리를 제외한 집안일은 짝꿍이 다했다.


 설겆이는 번갈아가면서 했고, 분리수거도 함께 했다. 빨래는 대개 짝꿍이 하지만 내가 할 때도 있었다. 청소는 거의 짝꿍이 다 해준다. 정리 역시 짝꿍이 더 잘 하기에 짝꿍에게 맡겼다. 그녀 역시 불평 한 번 하지 않았다. 


 짝꿍이 일어나기 전에 아침 식사 준비를 시작해서 일어날 때쯤에 맞춰 아침을 준비했다. 식사를 한 뒤에는 내가 그릇을 정리할 동안 짝꿍이 식탁을 정리했다. 내가 화장실로 씻으러 들어갈 때면 짝꿍이 설겆이를 해주었다. 짝꿍이 먼저 씻을 때면 내가 설겆이를 하곤 했다. 내가 일을 할 때면 짝꿍이 청소나 정리를 했고, 쉬는 시간이나 쉬는 날에는 함께 분리수거를 하고 청소와 빨래를 했다.


 우리 부부의 가사분담은 이랬다.


 집안일 중 내가 잘하거나 좋아하는 일은 암묵적으로 내가 도맡아 하기로 하고, 내가 못하는 일이나 짝꿍이 잘하는 일은 짝꿍이 도맡아 했다. 우리는 이렇게 가사를 분담했다. 그녀가 오후에 일을 하러 나간다고 내가 집안일을 다 맡아서 하지도 않았고, 내가 하루 종일 작업실에서 일을 한다고 그녀가 집안일을 다 맡아서 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렇게 조금씩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것도 행복하고 즐겁게 말이다. 


 그녀는 종종 이야기하곤 한다. '결혼이 이렇게 좋은데 왜들 그렇게 안 한다고 하는지 몰라.'


 안다. 결혼이 얼마나 큰 결심이고 쉽지않은 생활인지. 하지만 두 사람의 노력과 사랑이 있다면 둘이서 함께 충분히 극복해나갈 수 있다. 또한 둘이 모여 두 배가 아닌 세 배, 네 배 더 행복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도 책을 읽으며, 예능을 보며, 다큐를 보며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앞으로의 결혼생활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마주하겠지만 언제든 충분히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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