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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한 시간이 길수록 많은 것들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연애 초기에는 사소한 것에도 쉽게 감동한다. 기념일에 선물을 챙겨준다거나, 늦은 시간에 집에 바래다준다거나, 손편지를 써주는 일 등 사소한 행동에도 쉽게 감동을 느끼곤 한다. 물론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하지만 연애 기간이 길어질수록 연애 초기에 느꼈던 사소한 감동이나 고마움들은 점차 사라져간다. 기념일에 선물을 챙겨주는 일은 당연한 일이 되고, 집에 바래다주는 것, 손편지를 써주는 것, 추울 때 겉옷을 벗어주는 것 등 처음에는 당연하게 느끼지 않았던 것들이 당연해지기 시작한다.


 연애도 이럴진대 결혼은 어떠할까. 가끔도 아니고 매일 얼굴을 보고, 함께 하는 시간은 훨씬 많아진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더욱 많은 것들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누군가 밥을 하는 것이 당연하고, 청소를 하는 것이 당연하고, 직장에 나가 돈을 벌어오는 것이 당연해진다.





밥 담당


 우리 집은 남편인 내가 식사 준비를 담당하고 있다.


 요리에 관심이 있기도 하고 즐기기도 해서 밥은 내가 하기로 했다. 아내는 요리보다 청소나 정리를 조금 더 좋아해 청소나 정리 등을 담당하고 있다. 물론 식사 후 설거지는 아내가 해준다.


 어느 날, 평소와 같이 내가 준비한 식사를 마치고 난 거실로, 아내는 설거지를 하러 주방으로 향했다. 내가 밥을 하니 설거지는 아내가 하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일상적인 행동이었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설거지하는 걸 내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아내의 설거지


 물론 우리 부부는 그렇게 가사분담을 했다. 내가 식사를 준비하고 아내가 설거지를 하기로. 시간이 지나면서 식사 준비와 설거지의 가사분담은 더욱 자연스러워졌다. 하지만 당연한 건 아니었다. 아내가 설거지를 하기로 했지만 반드시 아내가 해야만 하는 건 아니었다. 내가 할 수도 있는 걸 아내가 군말 없이 해주는 것이었다.


 아내는 항상 싫다거나 귀찮다는 내색 없이 설거지를 해줬다. 나 역시 아내가 설거지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연한 게 아니라는 생각에 설거지를 하러 주방으로 들어가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한 번도 불평한 적이 없었구나.'


 사소한 행동 하나라도 당연하게 느끼는 순간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이 당연해지겠구나 싶었다.




'고마워요'라는 말 한 마디


 결혼을 하고, 매일 얼굴을 보고, 연애시절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다 보면 자연스레 많은 것들이 당연해진다.


 가사분담 역시 마찬가지다. 의견이 부딪힐 때도 있겠지만 대화로 잘 해결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모든 가사분담을 마치게 된다. 그때부터는 자기가 맡은 가사에만 신경 쓰게 된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것들을 당연하게 느끼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내다가는 모든 것들이 당연하게 느껴지겠구나 싶었다.


 앞으로는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했던 모든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아내가 대신해줬을 때도, 아내가 하기로 한 일을 아내가 했을 때도 아내에게 이 한 마디는 꼭 건네기로 했다.


 '고마워요.'


 설거지를 마친 아내에게 설거지를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아내는 환하게 웃었다.


 평소에는 당연한 일이었지만 당연했던 일에 고마움을 느끼고 그 고마움을 상대방에게 전했더니 오히려 내 기분이 좋아졌다. 앞으로는 의식적으로 그녀가 해주는 모든 일에 고맙다는 말을 건네야겠다. 그러다 보면 아내의 존재와 아내가 해주는 모든 일들이 더욱 감사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아내는 내가 식사 준비를 해줄 때마다 '잘 먹겠습니다'를 외쳤다. 식사를 마칠 때 역시 '잘 먹었습니다'를 외쳤다. 혹시 그녀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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