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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작업을 하게 되면서 나가는 돈도 많이 줄었다.


 예전에는 매일 도서관에 나가 책도 읽고 작업도 했다. 아무래도 도서관이라 따로 지출하는 돈은 없었지만 집에서 도서관까지의 교통비와 매일 사 먹어야 하는 식사비, 종종 찾아오는 사람들과 만날 때의 커피값, 핸드폰비 등 아낄 수가 없는 지출이 있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집에 작업실을 차리게 되면서 교통비도 거의 사라졌고, 핸드폰비도 줄이고, 밥도 집에서 해결하니 식사비도 많이 줄어들었다. 게다가 원래 지내던 곳과 먼 곳으로 이사를 와서 누구 한 명 만나러 나가기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커피값 등도 함께 줄었다.


 많은 돈이지만 되도록 쓰지 않고 놔뒀더니 꽤 큰 돈이 모였다. 





# 우리를 위한 돈



 결혼을 하면서 아내와 나의 수입은 '각자의 수입'이 아니라 '우리의 수입'이 됐다.


 아직은 짝꿍이 돈을 더 버는 만큼 많은 부분을 짝꿍의 수입에 의존해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다. 불평 한 마디 안 하는 짝꿍에게 언제나 감사함을 느낀다. 물론 내 수입 역시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늘면서 내 수입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됐다.


 혼자 살기에 부족함 없이 돈을 벌던 짝꿍은 나와 살림을 합치면서 가계부를 담당하는 내게 용돈을 받아쓰는 처지가 됐다. 나머지 돈은 생활비나 고정지출 등의 비용으로 나간다. 남는 돈은 당연히 모아두고 있다.


 내 수입은 내 용돈과 저축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그러다 얼마 전 환율 때문에 일부 수익금을 환전하지 못하면서 외화통장에 방치해둔 돈이 있다. 적은 돈이 어느덧 덩치가 꽤나 커졌다. 그 무렵 내 머릿속엔 맥북이 떠올랐다.


 '이 돈이면 작은 맥북 정도는 살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이 돈은 내가 번 돈이기는 해도 나만의 돈은 아니었다. 이 돈 역시 '우리의 돈'이었다. 나만을 위해 쓰는 돈이 아닌 우리 둘을 위해 써야 할 돈이었다. 그래서 내 마음대로 쓸 수는 없었다.


 '괜찮다'며 스스로를 달랬다. '나중에 수입이 더욱 많아지면 내 용돈을 조금 늘려서 용돈을 모아서 사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맥북에 대한 마음은 더욱 커져만 갔다.


 온갖 장점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맥북을 사서 집중해서 편집을 할 수 있다면 유튜브 채널도 빨리 키울 수 있을 텐데', '맥북이 있다면 짝꿍이랑 밖에 나가서도 같이 작업을 할 수 있을 텐데', '집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작업을 할 수 있을 텐데.' 하필이면 내가 사용하는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이 맥에서밖에 돌아가지 않는다. 


 혼자 고민을 하기보다는 짝꿍과 상의하기로 했다.




# 우리의 미래를 위한 돈



 "나 자기랑 상의 좀 하고 싶은 게 있어요."


 짝꿍은 조금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아마도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고민 중인 문제를 자세하게 짝꿍에게 털어놓았다.


 짝꿍은 내 이야기를 듣더니 먼저 '지금 우리 생활하는 데 돈이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냐'고 물었다.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었다. 생활비며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이며 짝꿍의 용돈까지 과하게 쓰지만 않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물론 저축을 많이 하고 있지는 않다.


우리 집의 재정상황을 들은 그녀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해요'라는 대답을 했다. 오히려 이왕 사는 거 오래 쓸 거면 돈을 좀 더 모아서 좋은 걸 사는 게 어떠냐는 질문을 내게 던졌다. 생각지 못한 대답에 오히려 내가 놀랬다. 우리를 위한 돈을 나를 위해 쓰는 데 이렇게 대담하다니.


 그렇게 대화는 마무리됐다. 13인치 맥북을 사든, 15인치 맥북을 사든 결정은 내 몫으로 돌아왔다. 그때부터 맥북을 다시 알아보고 있다.


 어쩌다 난 이런 대담한 여자와 결혼을 했을까. 어떨 때 보면 겁이 많은 것 같다가도 이럴 때 보면 참 대담하기도 하다. 그녀는 항상 나를 위한다. 내가 하는 일이면 반대하는 법이 없다. 언제든 곁에서 응원을 해주고 좋은 일이 생겼을 때면 언제든 함께 즐거워해준다.


 걱정어린 마음으로 그녀에게 상의를 했지만 오히려 그녀의 대답에 내 결정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이 돈은 우리를 위한 돈이지만 나 혼자 사용하는 만큼 '우리의 미래를 위한 돈'이 되도록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짝꿍이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만큼 나 역시 그녀에게 더 많은 것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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