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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면서 혼자 지낼 때 쓰던 물건을 대부분 정리했다. 대신 아내와 함께 쓸 물건들을 구입했다.


 나 혼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함께 무언가를 구입한다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전까지는 내가 필요하면 사고, 필요하지 않으면 사지 않았다. 또한, 내가 원하는 바를 고민해 그에 맞는 물건을 구매하면 됐다. 물건을 구매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내게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행동이었다.


 그렇게 산 물건은 몇 년이고 사용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닌 둘이 함께 물건을 구입하다 보니 잦은 마찰이 생겼다. 서로의 취향도 달랐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달랐고,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도 달랐다.


 나는 가성비가 좋은 물건을 구매하는 편이다. 디자인과 통일감도 중요하지만 내게 더 중요한 것은 가성비였다. 가격대비 품질이 좋아야 했다. 그러니 너무 싼 물건도 안 되고 너무 비싼 물건도 안 됐다. 또한, 적절한 가격이라 하더라도 품질이 좋지 않으면 구매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마음에 드는 물건을 구매하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내는 가성비보다는 디자인이나 품질을 더 중요시했다. 구매하는 가구나 가전들이 통일감이 있어야 했고, 물건에 군더더기가 없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마음에 드는 물건을 만나면 꼭 사고 싶어 했다.


 물건을 바라보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 보니 의견이 충돌하는 일이 많았다.


 내 방식대로 물건을 구매하자니 구매가 자꾸 늦어졌다. 매장에 가서 실물을 직접 보고, 집으로 돌아와 후기를 찾아보고, 다시 실물을 보고 구매를 하는 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구매가 늦어져 아내는 답답해했다. 속도를 조금 내고자 아내의 방식을 조금 더 따르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집은 가구와 가전의 배치를 마무리했다.


 신혼집 꾸리기를 약 1년.


 막상 살아보니 이곳저곳에서 소소한 문제들이 나타났다. 예산에 맞춰 계약한 집이 오래된 집이라 문제가 많았다. 또한, 위치가 도로와 가까워 항상 차 소리 때문에 시끄러웠다. 


 나름 공들여 구매한 가구들도 문제가 나타났다. 깔끔하고 저렴해서 구매한 책장은 선반이 조금씩 휘기 시작했고, 편하게 휴식을 취하기 위해 구매한 암체어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틀어졌다. 게다가 앉으면 앉을수록 더 불편한 의자였다. 편하게 쉬려고 구매한 의자가 앉을수록 불편해지고 있었다.



 이불 역시 문제였다. 계절이 바뀌며 이불을 정리하기로 했다. 겨우내 잘 덮고 잔 이불이었다. 하지만 이불을 정리하려고 보니 이불에 먼지가 엄청나게 쌓여있었다.


 이불을 정리하며 먼지 가득한 이불을 본 아내는 놀라며 내게 달려왔다.


 "여보, 우리 이불을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사실 아내는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 일이 바쁜 기간인 데다, 결혼을 하며 구매했던 물건에 하나둘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불편함이 쌓이다 보니 이불에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듯했다. 


 아내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 내가 이불을 치우겠다며 나섰다. 집에 먼지가 많아서인지, 먼지가 쌓일 수밖에 없는 이불인지는 모르겠지만 먼지가 많은 것은 확실했다. 혼자 살면서 볼 수 없었던 먼지의 양이었다. 그럼에도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멀쩡한 이불을 버릴 수는 없었다.


 열심히 정리하기 시작했다. 


 "짜증나지? 버리고 싶지?"


 늦은 저녁 샤워도 다 한 상태로 땀을 흘리며 이불을 정리하고 있는 내게 아내는 불만을 토로했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는 아내를 대신해 이불을 정리하고 있었다.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쓸 수 있는 물건을 버리는 건 내 방식과 맞지 않았다. 잘 정리하면 다음번에도 잘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열심히 정리하고 있는 내게 아내가 던진 한마디는 큰 스트레스였나보다. 결국 나도 터져버리고 말았다.



 "그럼 다 버리자고? 또 새로 사자고?"


 아내는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리고 새로 사고 싶어 했다. 하지만 처음 살 때부터 많은 검색과 고민 끝에 물건을 구매하는 나는 한 번 산 물건은 쉽게 버리지 않는다. 오래도록 쓰고 바꿀 때가 되면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더 좋은 물건으로 바꾸곤 했다.


 하지만 아내는 나와 조금 달랐다. 마음에 들지 않는 물건은 쓰고 싶지않아 했다.


 나로서는 이해도 잘 안 되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었다. 처음에 살 때 잘 알아보고 샀으면 어떨까 싶었다. 그래도 일단 샀으면 좀 쓰다가 바꾸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가 돈이 넘치는 것도 아닌데 매번 이렇게 새로운 걸로 바꾸다보면 돈은 언제 모을까 싶었다.


 결국 밤늦게 서로에게 화가 난 우리는 대화 없이 침대에 누웠다. 더운 날 잠자리에 들기 바로 전에 침대 정리를 하느라 땀이 한 가득이었다. 그런 상태로 누우니 잠이 오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안 좋은 물건을 구매했으니 버리고 다시 좋은 물건을 구매하는 게 옳은 선택이었을까? 아내가 스트레스를 받을 바에는 그냥 아내가 원하는 물건을 다시 구매했어야 했을까?


 시간이 지나 다시 생각해보니 내게도 문제가 있었다.


 아내는 물건을 구매할 때 항상 내게 물었다.


 "여보는 어떻게 생각해요?"


 하지만 나는 대부분의 결정을 아내에게 맡겼다. 내 방식대로 물건을 구매하다가는 언제 물건을 다 장만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내의 물건을 구매할 때도 내 생각을 온전히 전달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는 아무것도 살 수 없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아내는 결국 다음부터는 물건을 구매할 때 잘 알아보고 구매하겠다고 했다.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인지하고 고치려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내가 바뀔 차례다. 

 

 다음부터는 조금 더 내 의견을 아내에게 이야기해야겠다. 결정을 아내에게만 미루지 말고 내 의견도 좀 더 확실하게 이야기해야겠다.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아내를 위해. 설령 물건 구매가 늦어지더라도 확실하게 알아보고 실패확률을 줄이는 방법을 택해야겠다.


 어떤 부부든 부족한 점이 많은 법이다. 그러니 좋은 부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인지하고, 그것을 고쳐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도 이불 정리를 잘 마치고 이불 정리함에 정리해 넣었다. 마지막으로 지퍼를 닫으려는 순간 지퍼가 망가져버렸다. 새로 사서 처음 사용하는 이불 정리함인데 쓰기도 전에 망가져버렸다. 



 결국 우리는 이불을 버리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는 이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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