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한 시간이 길수록 많은 것들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연애 초기에는 사소한 것에도 쉽게 감동한다. 기념일에 선물을 챙겨준다거나, 늦은 시간에 집에 바래다준다거나, 손편지를 써주는 일 등 사소한 행동에도 쉽게 감동을 느끼곤 한다. 물론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하지만 연애 기간이 길어질수록 연애 초기에 느꼈던 사소한 감동이나 고마움들은 점차 사라져간다. 기념일에 선물을 챙겨주는 일은 당연한 일이 되고, 집에 바래다주는 것, 손편지를 써주는 것, 추울 때 겉옷을 벗어주는 것 등 처음에는 당연하게 느끼지 않았던 것들이 당연해지기 시작한다. 연애도 이럴진대 결혼은 어떠할까. 가끔도 아니고 매일 얼굴을 보고, 함께 하는 시간은 훨씬 많아진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더욱 많은 것들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12월, 벌써 한 겨울이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어제는 저녁에 눈이나 비가 올 수도 있다고 하더니 잠깐동안 폭설이 내렸다. 밖에 눈이 많이 온다는 짝꿍의 카톡에 커튼을 열고 베란다로 나갔다. 창밖은 마치 스노우볼을 흔들어 놓은 듯이 눈이 날리고 있었다. 나갈 일이 없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외출한 짝꿍이 걱정됐다. 하늘이 흐리면 우산을 가지고 나가라고 했더니 괜찮을 것 같다며 신나게 나가버린 짝꿍이었다. 날리는 눈발을 보니 짝꿍이 패딩을 가지고 싶어하던 때가 떠올랐다. 얼마 전이었다. # 롱패딩 "자기, 이 롱패딩 괜찮지 않아요?" 날씨가 추워지면서 그녀는 자꾸만 내게 롱패딩 이야기를 꺼냈다. 이미 패딩이 있음에도 겨울이 가까워오니 롱패딩이 가지고 싶었나보다. "응, 괜찮네요." 그녀가 보여준 패딩은 ..
집에서 작업을 하게 되면서 나가는 돈도 많이 줄었다. 예전에는 매일 도서관에 나가 책도 읽고 작업도 했다. 아무래도 도서관이라 따로 지출하는 돈은 없었지만 집에서 도서관까지의 교통비와 매일 사 먹어야 하는 식사비, 종종 찾아오는 사람들과 만날 때의 커피값, 핸드폰비 등 아낄 수가 없는 지출이 있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집에 작업실을 차리게 되면서 교통비도 거의 사라졌고, 핸드폰비도 줄이고, 밥도 집에서 해결하니 식사비도 많이 줄어들었다. 게다가 원래 지내던 곳과 먼 곳으로 이사를 와서 누구 한 명 만나러 나가기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커피값 등도 함께 줄었다. 많은 돈이지만 되도록 쓰지 않고 놔뒀더니 꽤 큰 돈이 모였다. # 우리를 위한 돈 결혼을 하면서 아내와 나의 수입은 '각자의 수입'이 아니라 ..
난 집에 있는 남자다. 물론 짝꿍이 돈을 벌어오고 나는 집안에서 집안일만 하며 노는 건 아니다. 짝꿍은 나가서 돈을 벌어오지만 나는 집안에서 돈을 벌어온다. 아직 내 수입이 많지는 않지만. 방이 두 개인 집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짝꿍의 배려로 큰 방은 침실로 사용하고, 작은 방은 내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다. 원래는 매일 아침 일찍 도서관에 출근하듯 나가서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일을 하고 공부도 했다. 하지만 결혼을 하면서 집안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집에서도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짝꿍이 원하는 바였다. 그러다 보니 내가 방에서 작업을 하고 있으면 종종 청소기를 돌리는 소리나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나가서 도와주려 하면 괜찮다고 들어가서 할 일 하라고 하곤 했다. 하지만 막상 짝꿍이 ..
결혼 후 처음으로 함께 맞이하는 짝꿍의 생일이다. 포스팅은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올린다. '부부란 무엇인가'라는 카테고리를 미리 만들어두고 이제서야 첫 글을 올리게 됐다. 평소에 쓰는 글들이 많다보니 글을 쓰려고 만들어놓은 모든 카테고리에 매일 글을 쓰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결혼 후 처음으로 함께 맞이하는 생일, 나에게도 감회가 남다르지만 그녀에게는 얼마나 색다른 감정으로 느껴질까? 대단한 하루는 아니지만 특별한 하루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나만의 방식으로 그녀의 생일을 축하해주기로 했다. # 생일선물 생일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생일선물이다. 생일은 특별한 날이기에 평소와는 다른 특별한 선물을 기대하게 된다. 평소에 아무런 선물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생일선물로 손편지만 써주..
얼마 전 '비스그램 풋노트'를 구매했다. 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도구로 구입한 노트다. 어떤 노트인지는 아래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7/09/22 - 새로 장만한 아이디어 노트 : 비스그램 풋노트(Visgram Footnote) 지금까지 별 문제 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뜯어진 부분도 없고, 용도에도 맞게 잘 활용하고 있다.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자기계발서들을 읽기 시작했다. 하루를 더욱 알차게 보내기 위해 일과를 다시 계획하며 훌륭한 루틴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중 이라는 책을 읽었다.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방정식들을 담고 있었다. 책을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성공한 사람들의 좋은 습관과 생각, 태도들을 끊임없이 되새길 수 있다면 내 인생에 큰 도움..
학창시절 많은 후배들과 가깝게 지냈다. 가깝게 지내는 후배들 중 남자후배들이 더 많았지만 여자후배들도 적지는 않았다. 남자와 여자 사이를 편가르려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여자후배들은 남자친구가 생기면 연락을 끊었다. 이해한다. 연애를 하면서 다른 이성과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누가 좋아하랴. 어쨌든 여자후배들은 그렇게 하나둘 멀어져 갔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멀어지지 않고 곁에 남아있는 여자후배들이 몇 있다. Y는 그런 여자후배들 중 한 명이다. 사실 이런 후배들에게는 후배라고 부르기보다는 동생이라고 부른다. # 만남 오랜만에 Y를 만났다. 잊을만하면 안부인사를 보내는 Y는 이번 명절도 안부인사를 보내왔다. 연락이 된 김에 얼굴 좀 보기로 했다. 학창 시절 마냥 애 같기만 하던 Y는 어느덧 어엿한 직장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