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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많은 후배들과 가깝게 지냈다.


 가깝게 지내는 후배들 중 남자후배들이 더 많았지만 여자후배들도 적지는 않았다. 남자와 여자 사이를 편가르려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여자후배들은 남자친구가 생기면 연락을 끊었다. 이해한다. 연애를 하면서 다른 이성과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누가 좋아하랴.


 어쨌든 여자후배들은 그렇게 하나둘 멀어져 갔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멀어지지 않고 곁에 남아있는 여자후배들이 몇 있다. Y는 그런 여자후배들 중 한 명이다. 사실 이런 후배들에게는 후배라고 부르기보다는 동생이라고 부른다.



# 만남


 오랜만에 Y를 만났다. 잊을만하면 안부인사를 보내는 Y는 이번 명절도 안부인사를 보내왔다. 연락이 된 김에 얼굴 좀 보기로 했다. 학창 시절 마냥 애 같기만 하던 Y는 어느덧 어엿한 직장인이 돼 있었다. 벌써 나보다 회사생활을 오래했을 정도니 사회인이 다 됐다.


 뉴스에서는 취업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Y는 꽤나 어렵지 않게 취업을 했다. 내가 보기엔 말이다. 첫 이직을 한다고 했을 때도 '좀 기다려야 이직 소식을 듣겠구나' 했다. 다들 취업이 그리 어렵다고 하니.


 그러나 금세 이직을 성공하고 열심히 회사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나를 만날 때는 카페에 가서 공부를 하겠다며 대학교 전공서적 같은 두꺼운 책을 들고 나타났다.


 오랜만에 만나 그동안의 근황에 대한 이야기를 실컷 나눴다. 못 본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만큼 서로의 이야기도 많이 쌓여있었다.



# 책


 대화를 나누다 문득 Y가 종종 책을 읽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요즘 어떤 책을 읽느냐 물었다. 에세이나 소설 분야를 주로 읽는 Y는 요즘 편하게 로맨스 소설을 읽고 있다고 했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문득 Y는 어떻게 책을 읽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 읽는 사람이 그렇게 없다고 하던데.


 "너는 어쩌다 책을 읽게 됐어?"


 Y는 내 질문에 잠시 생각을 하더니 부모님 덕분인 것 같다고 했다. Y가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는 여유시간이면 항상 책을 읽고 계셨다고 했다. 집에 독서대까지 따로 있을 정도로 책을 즐겨 읽으신다고 했다.


 그러나 더욱 신기했던 건 어머니의 독특한 교육 방법이었다. 어머니는 초등학생인 Y에게 만원을 손에 쥐어주며 '하루 동안 이 돈으로 네가 하고 싶은 걸 하고 무얼 했는지 엄마한테 얘기해줄래?'라고 하셨단다. 맛있는 걸 사 먹었다면 무얼 사 먹었는지, 책을 사서 읽었다면 어떤 책을 읽었는지 내용은 어떤지 등을 말이다.


 갑자기 쥐어진 만원과 여유 시간에 어렸던 Y는 당황했다. 이 돈을 어디에 써야 할지, 오늘은 무얼 할지, 엄마한테는 무얼 말할지 고민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며칠 반복하다 보니 점차 자신의 선택에 익숙해져갔다고 했다.


 어머니는 한 달 동안 매일 Y의 손에 만 원을 쥐어주셨다고 한다.



# 교육


 Y는 책을 구경하거나 살 일이 있으면 무조건 광화문 교보문고로 달려간다고 한다. 빌려 읽지도 않고 꼭 책을 사서 읽으며, 책을 읽을 때도 깨끗하게 아껴 읽지 않고 책에 마구 밑줄을 긋고 낙서를 하며 읽는다고 했다. 비슷한 방식으로 책을 읽는 나는 Y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함께 웃었다.


 아직도 많은 아이들이 부모가 또는 사회가 만들어주는 틀안에서 살아간다. 남들이 만드는 틀안에서 살아가다 그 틀을 벗어나는 순간 그 아이들은 바로 길을 잃고 만다. 길을 잃는 게 잘못은 아니지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시기가 너무 늦어지는 건 아닐까 싶다. 그만큼 고통도 크게 따르기 때문이다.


 Y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부모가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지 않을까', '어떤 집안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인생이 많이 달라질 수 있겠구나', '부모가 자식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올바른 교육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겠구나'라는 생각들 말이다.


 Y는 학창시절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고, 부모님과 언제든 의견을 나누며 자신이 좋아하는 길로 끊임없이 향하고 있다. 


 다음에 만날 때는 새로운 취미를 찾아서 가지고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 Instagram_ @youngpyo_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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