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도서관에 사는 남자 님, 추운데 잘 지내시죠?"
오랜만에 S에게서 연락이 왔다.
"잘 지내지, 일은 좀 어때?"
"관뒀어."
"요즘엔 뭐하고 살아?"
"그게 고민이야, 어떻게 하면 즐기며 살 수 있을까."
"오랜만에 얼굴이나 한번 볼까?"
"좋지."
하고 싶은 일
"잘 지냈어?"
어느 날 오후 카페에서 S를 만났다. 자주는 아니지만 꾸준히 만나는 사이라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어색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랜만이라며 커피는 자기가 사겠다고 했다. 아직도 이렇게 여기저기서 신세를 지고 다닌다.
잘 지내냐는 나의 인사에 그녀는 환한 표정으로 답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두움이 느껴졌다. 무언가 고민이 많은듯했다.
꼬치꼬치 캐묻는 성격은 아니라 S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때까지 기다려줬다. S는 조금씩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은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 하루하루가 너무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것 같아. 뭘 하려고 해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게다가 일을 그만두면서 좀 쉬겠다고 사람들도 안 만나고 집에만 있었더니 부정적인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해."
그녀는 몇 달 전 일을 그만뒀다. 더 이상 그 일을 잘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 그만두게 되었다고 했다. 그 이후로 지쳐서 아무것도 못한듯했다. 기분전환이라도 하려고 여행을 다녀와봤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싫어 집에만 있었다고 했다.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은 의외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일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스트레스 받을 수 있는 인간관계를 멀리하고 혼자서 마음 편히 쉬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마냥 혼자서만 쉴 수는 없는 일이다.
"하고 싶은 일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방법은 다양하다. 사람마다 하고 싶은 일이 다 다르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방법도 다 다르다.
그중 내가 사람들에게 권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아르바이트이다. 조금이라도 관심이 가는 일이 있다면 최대한 비슷한 분야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보는 방법이다. 아르바이트는 실전이기 때문에 내가 생각했던 바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인지, 단순히 궁금했던 일인지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다. 게다가 돈과 경험까지 얻을 수 있다.
물론 방법이 아르바이트만 있는 것도 아니다. 먼저 뛰어드는 방법도 있지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법도 있다. 본인의 과거를 돌아보며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웠는지 말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은 다음 실제 경험을 통해 내 일인지 확인할 수 있다. 답까지는 아니더라도 실마리만 찾아도 다시 시작해볼 만하다.
"난 여행을 좋아하는데 여행 블로그를 해볼까? 근데 그러기에는 글쓰기를 해야 하는데 글을 써본 적도 없고 글쓰기도 싫어하는데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여행을 더욱 즐기기 위해 영어를 배워볼까? 그러기에는 영어 공부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 뭐든 시작하기가 너무 어려운 것 같아."
그렇다. 시작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괜히 나오지는 않았겠지.
그림은 점 하나에서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시작을 어렵게 생각한다.
그 이유는 시작과 동시에 끝을 함께 고려하기 때문이다. 영어 공부를 시작하려고 하면 외국인과 대화를 유창하게 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글쓰기를 시작하려고 하면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아주 좋은 글을 쓰는 모습을 상상한다. 하지만 그런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시작과 동시에 수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너무 멀리 내다보기 때문에 시작이 어려워진다.
그럴 때는 시작에 의의를 두고,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 완성된 모습을 상상할 것이 아니라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내일의 나의 모습을 상상해야 한다. 그러면 일단 시작은 할 수 있게 된다.
"나도 원래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어. 글을 쓰던 사람도 아니었지. 공대생이 어쩌다 이런 삶을 살게 됐을까? 작은 계기로 책을 읽기 시작했고, 책이 재밌어서 꾸준히 읽다 보니 정리가 필요했고, 정리를 하려고 글을 쓰기 시작한 거야. 당연히 처음 글을 쓸 때는 지금보다 훨씬 형편없었지. 하지만 꾸준히 책을 읽고, 꾸준히 글을 쓰다 보니 지금은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꽤나 많이 생긴거야. 내가 처음에 글을 쓰기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내가 있었을까?"
그림은 점 하나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그림은 선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선 역시 무수히 많은 점들이 이어져 하나의 선을 이루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선을 통해 그림이 탄생하게 된다. 인생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완성된 그림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점 하나를 생각해야 한다. 점들이 모여 어떤 그림이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점조차 찍지 않는다면 절대 그림은 나올 수 없다.
완벽히 준비되지 않았더라도 일단 시작하면 100걸음 중 한 걸음은 내디딜 수 있다. 그러니 100걸음에 집중하기보다는 한 걸음에 집중해야 한다.
S는 내 이야기를 듣고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았다.
"그럼 일단 딱 두 가지만 시작해볼래."
"집안일 오전 안에 끝내기, 메모판 만들어서 바꾸고 싶은 습관 하나씩 기록하기."
S는 나와 대화를 나누고 돌아가며 이 두 가지만은 꼭 해보기로 다짐했다. 다음에 만날 때는 결과를 들려주기로 했다.
다음에 만날 때는 더욱 즐거운 모습으로 만났으면 좋겠다. 비록 많은 걸 이루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시작만 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니 말이다.
너의 다짐을 응원한다.
* Instagram_ @youngpyo04
* Brunch_ @도서관에 사는 남자
* Youtube1_ @도서관에 사는 남자
* Youtube2_ @조랩
* Youtube3_ @Youngpyo
공감과 댓글은 큰 힘이 됩니다.
도움이 되셨다면 하트를 가득 채워주세요 ^^
'[에세이] > 만남' 카테고리의 다른 글
#1. 그녀는 어쩌다 책을 읽게 됐을까? (0) | 2017.10.1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