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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짝꿍과 함께 서점에 방문했다.


 요즘은 읽어야할 책이 많아 서점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이 있어도 잘 구매하지 못한다. 서점을 갈 때마다 그렇게 책을 구매하다가는 읽지도 못할 책이 쌓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점에서 책을 구매할 때는 신중히 결정하는 편이다.


 서로 각자의 책을 구경하던 도중 짝꿍이 신나서 다가왔다. 읽어보고 싶은 책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 책이 바로 <우리가 농부로 살 수 있을까>라는 책이다. 도심을 벗어나 농부로 살아가고 싶다는 부부가 '유럽 농부의 삶'을 체험하기 위해 유럽에 다녀오는 이야기다.


 나 역시 도심이 아닌 한적한 곳에 살고 싶은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다. 그걸 아는 짝꿍은 '자기도 읽어볼래요?'라며 책을 권했다. 긍정적인 내 반응을 보자 이번엔 자기가 선물을 해주겠다 이 책을 또 한 권 들고왔다.



종합재미상사?

 저자 이름이 조금 특이하다.


 '종합재미상사?' 뭐하는 곳일까? 저자 소개에는 '삶을 재미있게 하는 모든 것을 취급하는 가상의 회사다'라고 적혀있다. 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회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회사와 같이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만 6년 다닌 직장을 나왔다. 3년 4개월간 살았던 집은 친구에게 빌려줬다. 커다란 28인치 캐리어에 반년 동안 필요할 거라 생각한 물건들을 골라 담아 4월의 어느 날, 아끼고 좋아하던 많은 것들을 뒤로한 채 무거운 짐의 무게를 고스란히 느끼며 겁도 없이 공항버스에 올라탔다.'


 그들은 그렇게 유럽으로 향했다.


유럽 농부의 삶

 '스반홀름 공동체', 이곳은 생태학적 관점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로 약 백여 명의 구성원이 함께 모여 산다. 공동체의 모든 주요 논의 사항은 전원 합의로만 결정을 내리고, 공동경제로 운영된다.


 스반홀름에서는 공동체 구성원 외에 게스트들이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따로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게스트로 머물기 위해 평일 하루 여섯 시간을 일하면 된다. 돈 없이 이런 공동체를 체험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반길만한 곳이다. 하지만 게스트 자리가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다. 


 공동체 삶은 얼핏 보기에 훌륭해보이지만 많은 이해와 노력이 필요해보였다. 개인 소득의 40%는 세금으로, 40%는 공동체 운영자금으로, 나머지 20%만 가지고 생활해야 한다고 한다. 많은 것을 공유하는 만큼 많은 이해가 필요해보였다.


 농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수확물이 많아야 한다. 그래서 스반홀름에서는 대형 상업농이 많다고 한다. 공동체나 대형 상업농을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외에도 영국의 도시 텃밭, 독일의 작은 공동체와 도시 텃밭 등 유럽 농부의 삶을 약간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저자가 경험한 유럽 농부의 삶은 내가 원하는 삶과 전혀 달랐다. 농사와 휴식으로 가득찬 하루를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농사보다는 더욱 다양한 일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난 농부가 되고 싶지는 않다는 점이었다.


그들이 보고온 것

 '여행으로 무엇이 바뀌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어렵다. 삶은 그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어쩌면 여행 그 자체가 제일 큰 변화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_ p.280


 솔직히 말하면 실망스러웠다. 


 유럽까지 가서 직접 그들의 농사를 경험했는데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니. 여행 자체가 제일 큰 변화였다면 굳이 유럽까지 가서 농부의 삶을 경험해볼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많은 것을 보고 경험했으니 그만큼 시야는 넓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나라면 여행을 떠나기 전에 더욱 많은 것을 공부하고 여행을 떠났을 것 같다. 그랬다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하고, 배울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래도 내가 이 책을 읽음으로써 배운 것이 있다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난 농부의 삶과는 맞지 않다'라는 것이다. 아, 그리고 프랜차이즈를 이용하지 않고 그 지역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가게만 이용하는 공정여행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읽었다. 이는 굳이 여행에서만 실천하지 말고 생활에서도 실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며

 꽤나 아쉬운 책이다.


 왠지 그들이 경험한 것을 반도 담지 못한 것 같은 책이다. 글이 부족한 탓인지 책을 읽으며 집중도가 떨어지기도 했고, 유럽 농부의 삶을 제대로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나마 중간중간 사진을 넣어 유럽 농부의 삶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됐다. 물론 사진도 많이 아쉬웠다.


 또한, 책의 제목처럼 '우리가 농부로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그들의 답을 제대로 듣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면 농부로 살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이나 어떻게 농부로 살지에 대한 깨달음을 듣고 싶었는데 딱히 찾을 수 없었다.


 다행인 건 '우리가 농부로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찾았다는 것이다.


 뭐 그것만으로도 만족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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