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의 졸업전시회 그리고 모임

얼마 전 친한 동생인 민주의 졸업전시회가 있었다.

 동생도 볼 겸, 전시회도 볼 겸 시간 날 때 구경 가겠다고 했다. 벌써 한 해가 끝나가는 연말이었다. 혼자 전시회에 가도 되지만 이왕 가는 거 다른 동생들도 부르기로 했다. 나와 민주, 그리고 지훈이와 수연이가 종종 만나 모임을 가지는데 자주 만나다 보니 정기적으로 만나는 모임이 됐다. 

 이번 모임에는 짝꿍도 함께 했다.

 졸업전시회라도 전시회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요즘 춥기도 하고, 일이 바쁘기도 하고, 일산으로 이사를 가고 나니 서울로 나올 일이 거의 없어졌다. 

 다 같이 모여 민주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회를 구경했다. 민주의 작품도 구경하고 다른 학생들의 작품도 구경했다. 흥미로운 작품들이 종종 있었다. 특히나 공간에 관한 연구는 주제 자체가 흥미로웠다. 주거 공간에 관한 연구였는데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기도 해서 민주에게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 묻기도 했다.

 그렇게 전시회 구경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하러 '호호식당'으로 향했다.

 예전에 한 번 방문했던 식당이다. 가격이 조금 비싸고, 간이 짠 게 단점이었지만 분위기도 좋고 일본 가정식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이었다.(이번에는 간이 적당했다) 센스 있는 민주 덕분에 추운 겨울에 밖에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예약석으로 향했다.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제치고 예약석으로 가니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쟤네 뭐야?'하는 느낌으로 쳐다봤다. 예약 했어요...

 5명을 예약하니 별채에 자리를 내줬다. 덕분에 우리들만 있는 공간에서 조용히 아늑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음식이 빨리 나온 덕분에 식사를 느긋하게 하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편안하게 나눌 수 있었다.

 이젠 동생인 지훈이도 수연이도 모두 직장인이다. 다들 학생일 때 만났는데 벌써 직장인이라니 세월이 참 빠르기도 하다. 처음 만났을 때도 생각이 깊은 동생들이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더욱 생각이 깊어진 동생들이었다. 덕분에 이제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도 깊게 나눌 수 있게 됐다.

 나 역시 많이 성장했기에.

# 따뜻했던 겨울

 민주의 졸업전시회라고 다들 작은 선물을 하나씩 가져왔다. 

 미리 얘기를 한 것도 아닌데 연말이라며 편지나 작은 선물을 들고 왔다. 나 역시 왠지 이 모음은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하고 싶어 동생들에게 줄 짧은 편지를 준비했다. 졸업전시회를 한 민주에게는 책과 편지를 선물했다. 내가 조금 더 능력이 있었더라면 맛있는 밥도 내가 사줬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식사 시간은 한 시간으로 제한돼 있었다.

 음식이 빨리 나온 덕분에 식사를 마치고도 대화를 나눌 시간이 꽤 있었다. 그럼에도 헤어지기 아쉬워 가볍게 술을 한잔하기로 했다. 민주가 사는 동네이니 민주가 우리를 이끌었지만 일요일이라 그런지 술집도 문을 닫은 곳이 많았다. 결국 돌아다니다 괜찮아보이는 술집에 들어갔다.

 많이 마실 생각은 아니어서 다들 칵테일이나 주스를 한 잔씩 주문했다.

 서로의 근황에 대한 이야기는 저녁 식사를 하며 다 나눴기에 술집에서는 다른 이야기들을 했다. 인간관계에 관한 이야기며, 결혼에 관한 이야기, 일에 관한 이야기, 인생에 관한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로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동생들도 이제 짝꿍이 익숙해졌는지 짝꿍에게도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다.

 모임을 여러 개 나가고 있지만 확실히 소속된 사람이 다른 만큼 모임마다 성격이나 대화의 주제가 다르다. 그래서 여러 모임에 나가는 게 재미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가 나가는 모임은 대개 내가 만든 모임이다. 좋아하는 동생들을 항상 한 명씩만 만날 수는 없어서 서로 잘 어울릴 것 같은 동생들을 모아 모임을 만들게 됐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모임이 많아졌고 많은 동생들을 챙길 수 있게 됐다.

 이날 역시 날씨는 정말 추운 날이었지만 따뜻했던 날이라고 기억하고 있다. 서로를 이해하고 응원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가 아닐까 싶다. 

 오늘도 난 너희들의 앞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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