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생각 없이 놀러다니던 지리산에 내가 출판사 편집자들을 동반하고 가기 시작한 것은 벌써 몇 년 전의 일이다. 그곳에 사는 내 친구 두 사람에게 그들의 삶을 써보라고 권하기 위해서였다.'

공지영,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p.7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오픈하우스





# 책소개


 공지영 작가의 책은 정말 오랜만이다. 사실 공지영 작가의 책이 내 책장에 꽂혀있는 경우는 참 드물이다. 이 책 역시 짝꿍의 책장에 꽂혀있던 책이다. 책장 정리를 하며 내놓았던 책을 내가 집어 들었다.


 이 책은 공지영 작가가 지리산에 사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신문에 연재한 것을 묶은 책이다. 


 '지리산 행복학교' 말 그대로 지리산에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모여 학교를 만드는 이야기에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학교라고 하면 거창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지리산 행복학교는 지리산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 각자 자신의 특기를 발휘해 시나 사진, 목공예, 음악 등 꽤나 다양한 분야를 가르치고 함께 공부하는 학교다.


 마무리가 지리산 행복학교 이야기인 만큼 마무리로 향하는 과정은 지리산 행복학교의 선생님이 될 분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 지리산 행복학교



 '어느 날 지리산으로 떠나버린 우리들의 친구들은 자발적 가난을 선택하고 행복학교를 짓는다.' 


 지리산에서 무얼 하며 살까 싶다가도 책을 읽으며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충분히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기도 한다.


 우선 오지에 사는 만큼 돈을 쓸 일이 많지 않았다. 먹을 것들은 자급자족하는 경우가 많았고, 지리산으로 여행을 오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사람도 많았다. 게다가 이 책의 주인공들은 무소유의 경지에 올랐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물건을 소유하는 일에 관심이 없다.


 지리산에 사는 집도 자신의 집이 아닌 경우가 종종 있어 월세방에 거주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 역시 그러했다. 오죽하면 연세 50만 원짜리 집에 5년 동안 살기도 했다고 한다. 월세가 아닌 연세 말이다.


 나도 별로 가진 것이 없지만 그들에 비하면 참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또 가지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가진 게 별로 없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공지영 작가의 글을 통해 들여다보면 그들은 참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말이다.




# 나무를 심는 사람



 "낭구라 카는 거는 10년 멀리 내다보는 기 아이라, 20년 30년을 내다보는 기라." _ p.198


 사실 이 책은 한 번 읽어보고 정리할 생각이었다. 내가 읽고 싶어서 산 책이 아니었고, 책을 읽으며 두 번 읽지 않을 것 같은 책이라 한 번만 읽어보고 말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을 바꿀 한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었다.


 지리산에는 한 평범한 농부가 있었다. 학교를 가본 적은 없지만 어머님의 가르침에 따라 한글을 겨우 깨우쳤다. 결혼도 했고 아이들도 있었지만 재산이라고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논 뿐이었다. 어느 날 논을 포함한 주변을 국립공원으로 조성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에게도 문제가 한 장 날아들었다. 논이 수용되고 상가가 주어진다는 것이었다. 물론 다른 지역의 논도 주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농부는 상가와 논 대신 근처 산을 달라고 했다. 오지에 멋지지도 않은 산을, 게다가 유적지도 관광지도 아닌 산을 달라고 하니 주변에서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상가와 논 대신 산을 받은 그는 그때부터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산을 올랐다. 산 입구에 있는 바위에서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코스모스보다 가녀린 묘목들을 매일 같이 산에 심었다. 농부의 이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은 그를 한심하게 쳐다봤지만 농부는 고집스럽게도 나무를 심었다.


 밤나무, 매화나무, 차나무 등 소출을 얻을 수 있는 나무를 끊임없이 심고 가꾸었다. 그러기를 수십 년, 매화가 피어나고 밤꽃이 피어나고 차나무가 자라면서 매실은 매실즙을 내고, 밤은 내다 팔고, 차나무에서 나는 차를 덖었다. 자식들은 이 모든 것을 곁에서 지켜봤고, 산에서 나오는 소출은 엄청났다.


 학교도 다니지 않고 제대로 된 교육 한번 받지 못한 농부가 어떻게 이런 생각과 신념이 있었을까? 20년, 30년 뒤에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있다고 한들 옛 사람이나 요즘 사람이나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어쩌면 소출이나 돈보다 중요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올곧은 신념을 가지고 산다면 자식 교육은 두말 없을 것이고, 본인의 인생 역시 올곧은 방향으로 나아가리라는 것을 말이다.




# 마치며


 자칫 나와 이별을 하게 됐을지도 모를 책이었다.


 하지만 이 '나무를 심는 사람' 이야기가 이 책을 내 책장에 남을 수 있도록 도왔다. 어떤 책이든 내게 배움을 주는 책이라면 고이 간직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읽고 싶다.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는 내게 행복을 또 한 번 가르쳐준 책이다.


 물질적인 것을 많이 가질수록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무소유를 실천하는 삶이 행복한 것도 아니다. 내 몸을 뉘일 집이 있고, 배 든든하게 먹을 음식이 있고, 주변 사람과 나눌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이 행복한 삶이 아닌가 싶다. 나누는 것이란 정이 될 수도 있고, 음식이 될 수도 있고, 관심이 될 수도 있다. 그저 돈이나 물건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책을 읽으며 마음이 참 따뜻해졌다. 그 지리산 자락에서도 이렇게들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구나. 그들의 삶을 보면서 나도 한적한 시골에 내려가 행복한 삶을 살고 싶었다. 물론 지금도 행복하지만 나이가 들면 조금 느리게, 그리고 좀 더 나누는 삶을 살기 위해 한적한 곳으로 내려가리라.


한줄평 :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물론 따뜻함도.

-

별점 :

★★★✩



* Instagram_ @youngpyo04

* Brunch_ @도서관에 사는 남자

* Youtube1_ @도서관에 사는 남자

* Youtube2_ @조랩

* Youtube3_ @Youngpyo


'도사남'의 글을 응원해주세요!


👇 공감❤️ Click!! 👇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