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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가 그렇게 아름답고 그 속에 내 소중한 추억이 깃들어 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잭슨은 너무나 가혹한 곳이기도 했다.'


J. D. 밴스, 《힐빌리의 노래》, p.50





힐빌리의 노래


J. D. 밴스


흐름출판





# 책소개


 '내가 책을 쓴 건 특별한 일을 이뤄내서가 아니다. 내가 해냈다고 할 만한 일이라야 지극히 평범한 일에 불과하다. 하지만 나와 같은 환경에서 자란 대부분의 아이에게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이 책을 쓰게 됐다.' _ p.22


 흔히 미국이라고 하면 '잘 사는 나라, 강대한 나라'를 떠올린다.


 하지만 미국에 살거나 미국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단어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불평등.' 


 이 책을 소개하기 위해서는 먼저 제목에 있는 '힐빌리'라는 단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책에서 저자가 소개하는 힐빌리의 의미는 이렇다.


 - 힐빌리 : 미국의 쇠락한 공업 지대인 러스트벨트 지역에 사는 가난하고 소외된 백인 하층민을 가리키는 표현.'


 《힐빌리의 노래》는 저자인 J. D. 밴스의 회고록이다. 한국어판 책의 제목은 《힐빌리의 노래》이지만 원서의 제목은 《Hillbilly Elegy》이다. 직역하면 '힐빌리의 비가'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비가란 죽은 사람에 대한 애도나 침통한 묵상의 시를 말한다고 한다. 한 마디로 이 책은 힐빌리들의 안타까운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는 책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대단한 성공을 한 사람이라 책을 출간하게 된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이 어렸을 적 살아온 안 좋은 환경에서 벗어나서 힐빌리들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힐빌리들의 모습을 통해 독자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 J. D. 밴스가 살아온 환경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안정적이지 못한 환경에서 자랐다.


 책의 부제가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일 정도로 평범하게 자라기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그의 엄마는 열여덟 살에 임신을 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남자 친구와 결혼을 했다. 결혼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혼을 한 후에도 남자친구는 수시로 바뀌었으며, 간호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음에도 약물 중독에 빠져 소변검사에 아들의 소변을 내는 사람이었다.


 할머니할아버지 또한 평범하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술에 쩔어서 들어오던 어느 날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한 번만 더 술에 취해서 들어오면 죽여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얼마 후 할아버지가 또 술에 쩔어서 들어오자 소파에서 자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휘발유를 붓고 성냥을 그어 할아버지에게 떨어뜨리는 사건도 있었다.


 그에게 집이란 안정적이고 편안한 곳이 아니었다. 항상 사고가 일어나는 공간이었고, 불안정한 공간이었다. 오죽하면 엄마와 이혼한 친아빠의 집에 갔을 때 '싸우는 사람도, 욕을 퍼붓는 사람도, 화를 참지 못해 그릇을 던져 깨부수는 사람이 없어서 지루한 저녁을 보냈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주변에는 이런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이 없다. 안 좋은 가정이라고 해봐야 돈이 없어서 대학교를 못 가고 바로 일을 시작해야만 하는 사람이 있었을 뿐이다. 가족끼리 서로 죽이겠다고 하거나, 약물 중독 때문에 인생을 망치는 사람은 뉴스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힐빌리들의 삶은 대개 비슷했다. 이런 환경에서 과연 올바르게 자라날 아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 변화의 계기


 저자가 안 좋은 환경을 벗어나 평범함 이상의 삶을 추구할 수 있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엄마, 그리고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안 좋은 면만 가지고 있지 않았다. 엄마는 그를 도서관에 데려갔고, 할아버지는 그와 함께 공부를 했다. 할머니는 그에게 안정적인 공간을 제공했고, 아르바이트를 경험해보라는 등의 유익한 조언을 해주었다.


 '할모는 그저 훈계만 늘어놓거나 비방하거나 다그치기만 하는 일이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평화로운 일요일 오후'처럼 피부에 와닿는 미래를 생생하게 제시하며 그걸 이룰 수 있는 방법을 확실히 알게 해줬다.' _ p.250


 힐빌리의 가정들은 대부분 불안정하고 문제가 많았지만 그에게는 주위에 배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의 가장 큰 변화는 사촌누나의 덕분이었을지도 모른다.


 사촌누나인 레이철 누나는 그에게 해병대 입대를 권유했다. '거기 가면 사람 돼서 나올 거야'라며 군 입대를 추천했다. 레이철 누나를 우러러보던 그였기에 레이철 누나의 조언은 영향력이 상당히 컸다. 그렇게 그는 해병대에 입대했고, 레이철 누나의 말대로 사람이 돼서 나왔다.


 '집에서 내가 학습된 무기력을 배웠다면, 해병대에서는 학습된 의지를 습득하고 있었다.' _ p.271





# 변화


 '훈련 교관이 고함쳐도 그 앞에서 위풍당당하게 서 있을 때마다, 처음엔 뒤처졌던 달리기 훈련에서 점점 속도를 맞춰 따라가게 될 때마다, 그리고 외줄타기처럼 절대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배워나갈 때마다, 조금씩 나 자신을 향한 믿음이 생겨났다.' _ p.270


 그에게는 수많은 변화의 계기가 있었다.


 그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계기는 해병대였다. 그는 해병대에 대해 이렇게도 이야기했다. '내가 처절하게 실패할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를 주면서 어떻게든 그 기회를 잡도록 하고, 실패했을 때에는 어떻게 해서든 두 번째 기회를 준 곳이 해병대였다'고 말이다.


 주위의 조력자들 덕분에 조금씩 세계가 넓어지고 있었지만, 해병대를 통해 인생에 대한 세계관이 폭발적으로 넓어진 게 아닐까 싶다. 


 그 이후로 그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계획을 짜고 실행할 능력도 얻게 되었다고 한다. 로스쿨에 빨리 진학하기를 원했고, 지도 교수의 도움으로 빠르게 대학 졸업장을 딸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덕분에 오하이오주립대에 입학한 지 1년 11개월만에 복수 학위까지 취득하며 최우등 학생으로 졸업할 수 있었다.


 그후에도 그는 자신만의 길을 스스로 결정해서 멋진 삶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아마도 바닥부터 올라간 그이기에 그 누구도 돌보지 않는 하층민들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록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니 말이다.




# 마치며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끝낸 책이다.


 책을 처음 펼쳤을 때는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이야기의 책이 아니었다.


 자신의 회고를 담고 있는 책이지만 이 책에는 다양한 문제의식이 담겨있다. 안정적인 가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정부의 정책이 하층민들에게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관점으로 다가가야 하는지 등 다양한 질문이 담겨있다.


 미국에 관한 이야기만이 아니다. 이는 우리나라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확실히 이런 환경이나 문화에 대한 문제는 개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만큼 나라나 영향형이 거대한 단체에서 개입을 해야만 조금씩 해결해나갈 수 있는 문제다. 물론 돈만 지원한다고 되는 문제도 아니다. 직접 그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뼛속까지 알아야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거다.


 무거운 마음으로 책을 덮기는 했지만 한줄기 빛은 있었다. 이런 안 좋은 환경에서도 결국 바르게 살아가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지도 생각을 해봐야겠다.


 '이런 문제들을 만든 건 정부도, 기업도, 그 누구도 아니다. 모든 문제는 우리가 만들었으므로 우리만이 해결할 수 있다.' _ p.405



한줄평 :

교육과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책.

-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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