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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꼭 가야 할 곳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일상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떠나온 여행에서 나는 또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어딘가에 가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고 있었다.'
김민철, 《모든 요일의 여행》, p.24.
《모든 요일의 여행》
김민철
북라이프, 2016
얼마 전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여행부터는 책을 가져가 여행 도중 여유롭게 책 읽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내용이 너무 어렵지 않은, 두께가 너무 두껍지 않은, 깊이는 너무 얕지 않은 책을 고르다 《모든 요일의 여행》이라는 책을 골랐다.
김민철, 저자의 이름이다. 남자 이름 같지만 엄연히 여자라고 한다. 그녀의 전 책인 ⟪모든 요일의 기록⟫이라는 책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 '여행'에 관한 이번 책도 괜찮을 것 같아 이번 여행의 동반자로 결정했다.
# 여행이란
'머리를 양쪽으로 흔들어 그 생각을 떨쳐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해줬다. 괜찮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여기는 서울이 아니라고. 오롯이 너의 시간이라고.' _ p.24
제주도 여행을 가기 전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일본 여행을 다녀와서 느낀 점이 있다면 남들이 좋아하는 여행이 내가 좋아하는 여행과 다르다는 사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유명 관광지를 가고, 유명한 맛집을 찾아갔다. 하지만 나는 그곳만 피해다녔다.
도쿄에 간 저자는 친구 집에 20여 일간 머물기로 했다. 새벽에 잠들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생활을 하던 그녀였지만 친구는 새벽부터 깨워 밥을 줬다고 한다. 그때부터 그녀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자신의 일상에서 벗어나는 순간이 말이다.
여행에도 취향이 있는 법이다. 그녀는 도쿄 여행에서 자신의 여행 취향을 눈치채기 시작한듯 했다. 내가 일본 여행과 제주도 여행에서 나만의 여행 취향을 눈치채기 시작한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여행은 '나만의 여행'을 찾기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 책을 따라 떠나는 여행
'이탈리아행 비행기 티켓을 결제하자마자 책 한 권을 꺼냈다. 드디어 때가 되었다. 10년 전에 읽은 책, 빌 버포드의 《앗 뜨거워 Heat》에 나오는 고기의 신을 만날 때가.' _ p.62
책을 좋아하는 내가 언젠가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여행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책을 따라 떠나는 여행이다. 책을 읽으며 떠올렸던 감정과 이미지를 직접 느낄 수 있는 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그녀는 10년 전에 읽었던 책을 따라 토스카나 지방의 작은 마을, 판자노에 있는 체키니 정육점을 찾았다. 이탈리아행을 겸심하자마자 이 정육점의 대표 고기 만찬을 예약했다. 열 명이 넘는 사람이 한 테이블에 앉아 세 시간이 넘도록 스테이크 만찬을 즐기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이탈리아행을 결심했을 때 10년 전 읽었던 책이 머릿속에 떠올랐다면 책을 읽을 때 얼마나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던 걸까. 내게도 그런 책이 많았으면 했지만 그녀의 용기와 행동력이 놀랍기도 했다.
책으로도 그곳의 분위기가 얼추 느껴지지만 직접 그곳에 가서 그 분위기를 직접 즐긴 저자에게는 얼마나 강렬한 이미지로 남았을까? 나도 언젠가는 그녀처럼 책을 따라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용기를 내고 싶다.
# 마치며
지난달 제주 여행길에 동반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여행을 잘 다니지 않는 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여행에 열광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책만 있으면 어디서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나는 항상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굳이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고, 여행 중간중간 카페에 자리를 잡고 이 책을 읽으며 사람들이 왜 여행에 열광하는지 좀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내가 원하는 여행이 무엇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들고 여행을 떠난 일은 '신의 한수'라고 할 수도 있겠다. 여행에 대한 넓은 시각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봤겠지만, 나처럼 여행을 즐기지 않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한줄평 :
'내게 여행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주는 책.
-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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